하루 1억5000만개 검색어 DB화 전세계 사건ㆍ현상 분석 척도 역할 구글엔진 사용 지역 3차원 지도로 표시

"아니마시온 하폰니스, 해리포터, 하나비라 케키 쯔쿠리가타, 팡세 에 포엠...."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자리잡고 있는 구글 본사를 최근 방문해 본 사람들은 누구나 로비에서 한번쯤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안내 데스크 너머 벽면 가득히 다양한 나라의 단어가 스크롤되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브 퀴어리(Live Query)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터 화면은 전 세계 네티즌이 구글 검색 엔진에 입력한 단어들의 최신 샘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언어만도 영어ㆍ일어ㆍ중국어ㆍ스페인어ㆍ스웨덴어ㆍ불어ㆍ한국어 등 무려 86종이다.

구글은 하루에 10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1억5000만개의 검색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고 있다. 라이브 퀴어리는 이렇게 모아진 자료를 이용, 세계 각지에서 입력되고 있는 검색어 현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구글이 이제 단순 검색 엔진에서 벗어나 전 세계 문화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척도(Barometer)로 발전하고 있다"며 "지금 세계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구글에 물어 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방문객들은 라이브 퀴어리를 지켜보면서 스스로가 동시대 전 세계인의 집단 의식을 바로 옆에서 엿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화면에 나타난 한 줄 한 줄의 문장과 단어가 전 세계 어디에선가 인터넷에 접속한 누군가의 생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면에 특정한 단어나 질문이 빈번하게 나타날 경우 우리는 여기에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거나 특정한 사건이 주는 파장을 간접 경험하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이 분석을 주도하고 있는 구글의 로그스 팀(Logs Team) 핵심 멤버인 그레그 래는 자신의 작은 작업실에서 구글의 검색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세상을 분석하는 일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다양한 지리적ㆍ인종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이 섹스ㆍ유명인사ㆍ최신 이벤트ㆍ신상품ㆍ컴퓨터 다운로드 등 비슷한 주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라이브 퀴어리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어느 나라(독일과 브라질)가 최근에 선거를 치뤘으며 누가 승리했는지 알 수 있으며, 소비 문화의 세계화가 이뤄지면서 노키아ㆍ소니ㆍBMWㆍ페라리ㆍMS 등 유명 브랜드가 전 세계 곳곳으로 얼마나 확산됐는지도 잘 알 수 있었다.

사회적 사건과 재난에서도 이런 구글의 분석은 유용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2001년 2월 28일 오전 10시 54분경 미 시애틀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수분만에 태평양 북서부 지역에서 지진 관련 검색어가 분당 250건씩 올라왔다. 9ㆍ11 테러 직후에는 CNN과 무역센터, 펜타곤 관련 검색어가 폭주했으며 노스트라다무스가 수백 년 전 이미 그 사건을 예언했다는 루머가 돌면서 그에 대한 검색 열기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 사장은 "이것은 처음으로 전자현미경을 사용할 때와 비슷한 느낌"이라며 "구글은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현상을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순간 순간의 기준 척도"라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 회사는 지구상 어느 지역에서 검색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3차원 지도로 표시해주는 지오디스플레이(GeoDisplay)도 이용하고 있다. 이 장치는 네티즌이 구글 검색을 사용하면 그것을 3차원 지도상에 컬러 점으로 표시해줌으로써 어디에서 검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지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시간대별로 각 지역의 인터넷 사용 현황을 분석한 차트도 이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에서는 오후 5시에 가장 사용량이 많으며 섹스 관련 검색은 주로 저녁 11시대에 집중된다는 것과 스페인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점심식사가 긴 나라는 이 시간대에 검색 건수가 급감한다는 것 등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김동진기자

김동진 (djkdj@dt.co.kr)
Posted by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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