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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14 김훈의 남한산성
역사에는 가정이 없다.
소설가는 시간에 힘을 불어넣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으로 그 때를 다시 불러온다.
그리고 일러두기를 이 책은 소설이며, 오로지 소설로만 읽혀야 한다고 했다.
소설가는 어떻게 읽혀지는 것을 경계하였기에 그렇게 일러두는지 묻고 싶은 부분이다.

때는 병자년, 오랑캐라 부르는 이들과의 전쟁이 있었다.
청나라의 태종이 조선의 왕 인조에게 임금과 신하의 관계를 요구했으나 거절했고, 이에 청나라 태종은 10만의 군사를 일으켰다.

명나라는 청나라에게 힘을 잃고 있었다. 이런 때에 청나라의 요구를 두고 두 가지의 목소리가 있었다.

한 쪽에서는 어찌 오랑캐와 임금과 신하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고, 다른 쪽에서는 청이 명을 멸할 정도의 힘을 갖고 있는 현실에 닿았으니, 그들과 화친할 것을 이야기 하였다.

왕은 신하의 예를 갖추는 것을 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한 쪽에서만 택한 길이었을 뿐
지킬수 없으니 피해야했다. 강화도로 피할길을 결정하였다. 하지만 적들의 말과 군사는 얼어있는 압록강을 넘어 이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강화도로 가는 길은 적들에게 막혀 있었기에 길을 돌려 남한산성으로 들어가게 된다.

소설가는 남한산성안에서에 근 50일간에 시간을 짧고 빠른 호흡으로 이야기 한다. 문장이 시작되는 곳에서 부터 어느 사이에 문장의 끝에 닿아있다.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그에 글에서 묻어나는 매력인것 같다.

자신들보다 큰 적들에게 둘려 쌓인 성안에서, 그들에 앞 날을 점치기란 어려운 일이였을 것이다. 지켜내자니 지켜낼 수 없는 것을 알고 있고, 성문 문을 열어 받아들이자니 그 후에 일을 알 수 없다.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것인가?' 이 한 문장으로 그 성안에 갇혀있던 이들의 고민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선택의 문제가 곧 죽음의 문제것인데 이것을 한낱 고민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어떤 선택도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었을 테니, 그 선택의 몫은 또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다.

나는 어느편에 서 있을 것인가? 여기에 소설가는 책속에 답해두었다.

'나는 아무 편도 아니다. 나는 다만 고통 받는 자들의 편이'라고, 그에 전작에도 같은 제목의 책이 있다. 비겁하다고 하면 너무 겁없는 말이 될듯 싶다.

이 책을 읽고 난 다음 '살아내는것이 아름다운 일이 되는 것인가?'
'우리의 삶이 그렇게 처연하고 처절한 것인가' 라는 두가지 질문만 계속 머리속에 맴돈다.

복잡한 머리에 쓰디 쓴 질문 하나를 더했다.
Posted by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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