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말순씨
- 언제 -
사랑해, 말순씨의 시간의 문맥은 영화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시대의 아이콘(박정희)을 통해서
그 때가 어느 때이고, 지금 부터 벌어지는 일들이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그런데 그런 설명은 이미 여러번 들어왔던 터라 조금은 새로울 것이 없다 하겠다.
시대의 아이콘 역시도 그 시대를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소재이기는 하나
요즘에 특히 너무 많이 봐 왔다. 물론 내가 그 시대를 관통해서 살아온 인생이 아니라서,
이렇게 가볍게 투덜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어디서 -
영화의 배경을 이루는 광호의 동네 골목길을 보면 왠지 모르게 그 안에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곧게 뻗은 길 위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없는것도 사실
아닌가? 광호가 지나는 골목길에 담을 사이에 두고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드러난다.
광호와 광호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배경도 골목길을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광호가 골목길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관객은 그 안에 이야기를 내심 기대한다. 광호 친구(?)
의 색다른 행동 중에 하나는 화면에 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누가 -
영화의 한 축을 이루는 소년 그리고 소년의 성장과정에 대한 이야기
아우성의 구성애님은 그 소년 또래의 아이들을 '걸어다니는 시한폭탄'이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소년 광호의 경우는 그 중에서도 얌전한 쪽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여자분들의 경우는 또하나의 정형화된 소년의 성장일기 정도로 보일 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등장인물을 살펴보자면 한 번쯤은 학습된 편안한 등장인물들이 등장을 한다.
어쩌면 이런 편안한 인물들의 등장이 이 영화를 더욱 자연스럽고 편하게 볼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장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옆집에 세들어 사는 누나가 그렇고, 학교나 동네에 꼭 한 명씩 있었던 그 친구(?),
말 없이 교실 맨 뒷자리에 앉아있다가 꼭 선생님에게 반항을 해서 맞고 퇴학을 당하는 친구,
등장인물들과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는 정형화된 이야기들은 이미 여러번 학습이 된 터라서
특별한 인물은 찾을 수 없다. 특별한 인물이 하나 있다면 귀여운 꼬마 여우(女優)
- 어떻게 -
'그 땐 그랬지!'라는 말이 중간 중간에 나올 정도로 많은 부분 추억을 들춰낸다.
개콘의 복학생이 커다란 목소리로 외치면서 기억의 소품을 꺼내놓는다면 이 영화속에는 이야기가 흘러가는 중간 중간에 자연스럽고 조용하게 묻어난다. 너무 조용해서 심심하다.
- 무엇을 -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무엇을 생각했을까?
혼자 집에 있을 때 누가 밥을 차려 주기 전에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혼자서 밥을 차려 먹지 않던
내게 어느날 어머니는 밥을 하는 방법을 알려 주셨다. 쌀을 깨끗이 씻은 다음에 물만 붓고 밥통의 단추만 누르면 된다 하시면서, 물을 맞출 때는 꼭 이만큼, 이만큼만 맞추어라. 그러시면서 한번은 당신의 손 마디를 가르키시고 또 한 번은 내 손 마디에 선을 그어 주셨다. 꼭 광호 처럼 나도 한 귀로 듣고 나중에 한 귀로 흘려들었다. 그 장면에서 광호는 나였고, 나는 광호였다. 가끔 쌀에 물을 맞출 때면 당신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꼬마는 하늘나라로 떠난 엄마의 옷을 잡고, 엄마의 냄개사 난다면서 울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을 향한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 장면 보다는 그 후에 이어지는 장면이 더 슬펐다.
역시 꼬마 여우는 여우다. 쌀에 물을 채우는 광호에게 건네는 한마디...
무슨 말을 했는지 까지 친절히 설명했다가는 다음에 영화를 볼 사람들에 감동을 크게 반감시키는 나쁜짓일테니 그냥 가슴에 삼켜두자. 그리고 다음 광호의 손과 그 조막손이 포개지는 장면은 코 끝이 찡한 다음 고개를 살짝 뒤로 들어줄 필요가 있었다.
- 왜 -
광호에게 행운의 편지를 받은 주인공들이 마지막에 꿈처럼 등장하는데, 이렇게 끝맺음을 하면서 감독은 어떤 여운을 남기고 싶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