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떠날래??
난 억새풀이 구름처럼 흐르는 그곳으로 가고 싶어.
푸른 강물이 하늘처럼 잔잔한 그곳으로 가고 싶어.
라벤더 꽃이 꿈처럼 펼쳐진 그곳으로 가고 싶어.
은행잎이 색종이처럼 조각조각 달린 그 나무곁에서 쉬고 싶어.
작업일기
작년 깊은가을에 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들은..스킨이 매주 제작되니까..
제가 한주에 하나씩 그림을 그리는줄 아는 분들도 계실테지만..
제게 그림 그리는 일은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마냥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그림을 1년을 끌면서 그렸다고 하면 콧방귀 뀌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그래요.
물론 생각하시는것처럼..이 그림만 가지고 1년 내내 그린건 아니지요.
작년 가을
억새밭이 하얀.. 그림을 그리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그리기 시작했는데..
지금보시는대로 완전파랑도 아닌, 하늘색도 아닌 묘한 색의 하늘과 맞닿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처음 그림을 그렸을땐, 이 억새밭에 이렇게 발랄한 어린 연인들이 즐겁게 뛰어 놀지 않았어요.
조금은 성숙하고 차분한 연인이 손을 잡고 한 곳을 향해 바라보고 있었죠.
그때의 제 맘이 그랬나봅니다.
남편을 만나..성숙한 여인이 돼 결혼을 하고, 이제 둘이 손을 잡고 한 곳을 향해 바라보며 다부지게 나아가야 한다고 단단히 다짐을 했던 모양이예요.
그런데 막상 살아보니까요~
성숙한 여인과 점잖은 남자는 어디로 가고 없고, 중학생같은 남매만 남았지 뭐예요.
그동안 뭔가 완성되지 않은듯한 이 그림을 열어보면서, 어디에도 쓰지 못하고 다시 닫아 놓고 했던 그림인데..얼마전에...다시 손을 댔습니다.
성숙함이 어색한 연인들을 미련없이 지우고..마냥 신나는 중학생같은 연인들로...
저는요. 가능하다면 성숙해지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얼마전에 남편과 함께 양치를 하면서..우린 바보같이 웃으며 이런 얘기를 나눴죠.
"오빠..우리 이렇게 자라다가...나중에 커서 오빠는 장가가고 나는 시집가면..너무 그리울거야~"
"그래? 그런거야? 우리 커서 장가가고 시집가는거야? "
"우히히히.."
이게 무슨 희안한 말인가 싶겠지만, 우린 아무리 생각해봐도
부부같지 않고 철부지 남매같단 생각에 둘다 동감하기 때문에
이런 농담도 아주 배꼽 빠지도록 웃으며 나눌수 있는거지요.
물론 위에 농담과 같은 일은 생기지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