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인터넷을 배우신지는 벌써 1년이 넘으신거 같다.

동네 동사무에서 개설한 인터넷교실을 다니시더니 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시기 시작했다.

나는 언제나 퉁명스럽게 대답을 해드리거나 그것도 모르냐고 핀찬을 주기 일쑤였다.

 

이제 내년이면 환갑을 맞이하시는 어머니께서 인터넷을 능숙하게 다루기는 힘드셨을 것이다.

내가 회사를 간사이 어머니께서는 내 방에서 컴퓨터와 씨름을 하셨는지

지금은 인터넷 동호회 활동도 하시고 이것저것 자료를 찾는 수준까지 올라서셨다.

 

기실 늦은 나이에 방통대를 졸업하신 어머니의 열정을 생각하면

내가 어머니께서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못하시리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직 능숙한 유저는 아니라 하더라도 당신이 찾고 싶은것을 찾거나

손자의 옷을 쇼핑몰에서 구경하거나 어머니가 좋아하는 글이나 꽃을 찾아 보시고

음악을 들으시는 수준까지 올라서셨으니 어머니의 이름앞에 '인터넷 유저'라는 말을

붙여드리기에 충분하리라

 

그런 어머니께서 인터넷으로 처음으로 이벤트에 참여를 하였노라고 어제 저녁 수줍게

나에게 말씀을 하셨다. 나는 또 무슨 사기성 이벤트에 속은건 아닐까?하고 어머니께서 알려주신

이벤트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 이벤트 내용은  '사랑의 편지'였다. 어머니 다웠다

예전부터 글을 읽고 쓰시기를 좋아하시던 어머니께서는

오래전 어머니의 동무에게 편지를 쓰듯 그렇게 인터넷 글쓰기 이벤트에 참여하셨던 것이다.

 

마음이 설레시는지

"내 주변에 추천해 줄 사람은 너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추천한번 눌러달라신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한편 편지의 내용을 읽으니 마음이 짠하였다.

감성이나 사물을 느끼는 감정은 젊은 사람에게만 있는게 아니였다.

 

30여년이 넘는 동안 편지지나 일기장의 어머니의 글을 본적은 있지만

이렇게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어머니의 글을 읽으니 마음이 이상하다.

그래도 어머니의 글쓰기는 인터넷 사용자의 글쓰기 그것과 많이 다르다.

하얀편지지에 연필로 눌러 편지를 쓰듯 어머니께서는 몇시간을 게시판앞에서

글을 썼으리라. 속도의 인터넷을 사용하시면서 어머니의 느린 마음을 담으셨으리라

 

이제 어머니께 너무 많은 핀찬을 드리면 안되겠다.

어머니 그래도 인터넷으로 주식을 하실땐 조금만 조심해서 하셔야 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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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는 어머니의 부탁처럼

밑에 URL가셔서 추천~~ 꾸~욱 눌러주세요 ^^

 

[ 어머니의 원본글 ]

 

http://www.thinkpool.com/CM/love/pdsRead.jsp?name=etc_004&mcd=Z057&ctg=&slt=&key=&page=2&number=445&i_max=00000004989999

 

보숙아~

내가 네게 편지를 써 보낸지 40년도 넘어 ,이젠 너도 나도 흰머리가 이마를덮는 나이가 되었구나.

왜 자꾸 눈물이날까?  아직 편지는 시작도 안 했는데.

 

세월 저 넘어에있는 너는 내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없는 내 소중한 친구,순정처럼 아릿하고

숨기고싶었던 ,나 혼자 지니고 싶었던 비밀스런 친구다.

 

우리가 6년을 한 학교에서 오롯이 지내왔지.

너는 저 만큼 앞서가고 ,난 조금은 외롭고 슬픈아이,

언제나 너의 우정을 차지하지못해 아파하던 아이. 너는 알고 있었을까?

 

여학교 졸업후 너는 소식 끊었고, 세월은 또 그렇게흘러,

그후 40년,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너는 딸 하나, 나는 아들 둘이

그 때의 우리보다 더 많이 자라 우리 아들은 애 아빠가 되어 있었다.

 

내 친구야~

꿈에서도 그리워하던 내 친구야~

내 지금 무슨 말을하랴? 단지 다시만나 소식전하고 가끔은 전화도하고 ,

이젠 건강도 염려하고,  머지않아 가야할 그 곳 먼곳도 얘기하고,

누가 뭐래도 마음은 소녀로 돌아가 함께 할수 있다는게 너무 감사 할 뿐.

참으로 세월은 좋와 졌다.

 

그 옛날 네게 편지 보내고 두근대며 며칠을 기다렸는데 이제는 즉시보내고 받는세상이니...

보숙아  건강하려무나. 그래야 우리가 한번이라도 더 만나지.

네가 있는 곳 멀어서 내 자주는 못 가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내마음 너 가까이있고싶고, 내 마음 더 주고싶고,네 얘기 더 듣고싶고,

내 얘기 더 하고싶고 그렇단다.

 

우리에게도 아름다웠던 소녀시절이 있었나?

또 우리에게 더 아름다운 날들이 있으려나?

희망이 있으려나?

 

그렇게 생각하자.  지금도 감사하다고, 지난 날도 감사했다고,

오는 날도 기쁘게 해 주십사고 기도하자

더 좋은 선생님되고, 더 좋은 엄마되고, 더 좋은 친구가 되어주렴.

자~오늘은 이만. 또 다음에 손가락으로 꼬꼭눌러서 쓸게 ㅎㅎ

부디 좋은 날만 있기를.

                       

           오래 오래 오래 전의 동무   병화가   5월의 어느 날에

Posted by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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