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짦은 만남을 갖었던 협력업체의 임원으로 부터 다음과 같은 전자우편을 받았다.
-------------------------------------------------------------------------
그간 별고 없이 잘 지내셨나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 의 OOO입니다.
***** 를 시작한 때가 2002년 5월이었으니 이제 만 3년이 지났습니다. 그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나쁜 기억보다는 행복하고 즐거웠던 일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일을 마무리하고 저는 삶의 방식과 터전을 혁명적으로(!) 바꾸려 합니다. IT를 중심으로 했던 도시의 삶을 정리하고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歸農을 합니다.
지난 2달 동안의 준비를 마무리하고 이번주말에 서울을 떠나 멀리 전남 낙안으로 갑니다. 태백산맥의 고향 벌교에서 얼마 안 떨어진 낙안의 조계산 밑자락 한 골짜기에 터전을 잡고 땅을 일구며 살아갈 작정입니다.
제가 정학 귀농의 목적은 크게 네가지입니다.
첫째, 자발적 가난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자연속에서 땀흘려 노동을 통해 직접 생산한 먹거리를 먹으면서 인간의 행복을 추구한다.
둘째, 일부 가진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유기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주변분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셋째, 소모적이고 경쟁적인 사회에서 탈피 보다 생산적이고 건강한 삶의 방식을 직접 실천하면서 후손에게 물려주자.
넷째, 인간적이고 행복한 공동체 생활의 복원 등입니다. 이런 목표가 이뤄질 수 있도록 *****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땅을 일구고 사랑을 공유할 생각입니다.
귀농이라 해서 회피가 도피가 아닌 다른 삶의 방식을 대안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한 삶의 방식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열망도 갖고 있습니다.
자주 소식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건승하십시오!
OOO 드림
-------------------------------------------------------------------------
불혹을 넘기며 나 또한 세상에 대한 가치관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특히 봉사하는 삶과 더불어 사는 생활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고 실행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파격적인 결심은 하지 못할 듯 하다.
오랜 만남은 아니지만 30대의 젊은 직업인이 이런 결심을 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사실에 놀라고 꼭 성공적인 생활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스티븐의 세상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