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 구본형
광화문 옛 경희궁자리 옆 신문로 주택가 안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커다란 느티나무만큼이나 우람한 단풍나무가 여러 그루 빼곡한 이 집을 들어서는 순간 옛날 냄새가 물씬 났습니다.
삼 사십년 전 아직 세월이 느리게 흘러 갈 때, 몹씨 더운 날 모시 옷 입고 찾아갈 만한 녹음 짙은 뜰처럼 느껴졌습니다. 허름하다고 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내부는 그저 수수한 고기집인데 뜰이 넓고 마당이 깊어 특이한 정취가 있었습니다.
마침 지난 경력을 정리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하는 사람이 있어, 우리는 소주 한 병을 셋이 나누어 마시며, 쉰 살이 다 되어 새로 시작하는 일의 어려움에 대하여, 전 직장을 그만두고 몇 개월 쉴 때의 초조함에 대하여, 그리고 앞으로 내려야할 점점 조급해 지는 결정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있던 곳을 떠나 길로 나서는 것이 그렇게 두려운 것은 우리가 한 곳에 뿌리 내리지 않고는 안심할 수 없는 정착민의 문명에 길들어 있어서인가 봅니다. 그러나 길로 나서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문명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유목민이라 부릅니다.
“ 내 자손들이 비단 옷을 입고 벽돌집에 사는 날, 내 제국은 망하게 될 것이다”
칭기스칸이 자손에게 남긴 말입니다.
또 다른 목초지를 찾아 천막을 걷고 이동하는, ‘길 위에서의 생활’을 여행처럼 즐기는 것 역시 인생을 이루는 순간들을 경영하는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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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여행 동행자를 몇 분 급히 찾고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갈 수 없게 된 분들이 생겨, 결원된 만큼 보충하려 합니다. 우리는 모두 열 두명 정도 출발하게 될 것입니다. 일정은 7월 8일 부터 7월 20일까지며, 자세한 것은 홈페이지(www.bhgoo.com)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