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곧장 집으로 가지 말고
코스모스 갸웃갸웃 얼굴 내밀며 손 흔들거든
너희도 코스모스에게 손 흔들어주며 가거라
쉴 곳 만들어주는 나무들
한번씩 안아주고 가라
머리털 하얗게 셀 때까지 아무도 벗해주지 않던
강아지풀 말동무해 주다 가거라
애들아 곧장 집으로 가
만질 수도 없고 향기도 나지 않는
공간에 빠져 있지 말고
구름이 하늘에다 그린 크고 넓은 화폭 옆에
너희가 좋아하는 짐승들도 그려넣고
바람이 해바라기에게 그러듯
과꽃 분꽃에 입맞추다 가거라
애들아 곧장 집으로 가 방안에 갇혀 있지 말고
잘 자란 볏잎 머리칼도 쓰다듬다 가고
송사리 피라미 너희 발 간질이거든
너희도 개울물 허리에 간지럼먹다가 가거라
잠자리처럼 양팔 날개하여
고추밭에 노을지는 하늘쪽으로
날아가다 가거라.
도종환 ,'종례 시간'
여러분과 제가 종례 시간에 참석한 학생이 되고 누군가 선생님이 되서 이런말을
한다고 생각을 하여 보면, 무거운 마음을 조금 편히 누일 수 있을 것 같네요.
어떤 책의 서문에 있길래 시만 옮겨와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