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45 이벤트에 당첨 되신 제로제로(zerozero) 님에게 책을 선물하면서 책에 대한 소개를
빠뜨리면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 이렇게 지난 글이지만 옮겨와 봅니다.
아래는 2002년 4월에 쓴 글 인 것 같아요. 기사(?)에 가까운 글쓰기를 해서 약간 건조한 소개
인듯 보이지만..^^
모모라는 책은 두께도 딱 손에 좋구요. 책의 종이 질감이랑 색감도 좋아요~
그리고 글자도 크고 행간도 크구요~ 또 가격이 저렴해요~^^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구요
내가 다시 '모모'를 찾은 이유
▲ 미카엘 엔더의 '모모'
'모모'라는 책을 소개 받은 건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님으로 부터였다. 유달리 말씀을 잘 하시는 선생님이셨고, 그 책에 대한 소개도 너무나 흥미롭게 잘 해 주셨다. 선생님이 책 내용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가운데 내 머리속에는 '모모'라는 주인공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토요일 오후 공공도서관에 들러서 '모모'라는 책을 빌리기로 했다.
세로로 적힌 '모모'라는 제목은 많은 책들 가운데 눈에도 잘 띄었다.
원형 극장에 사는 모모는 곱슬머리에 작고 마른 소녀에 책 표지에 있는 그림을 보면 자기 키보다 훨씬 큰 외투를 걸치고 있었다. 이 작은 소녀는 나에게 많은 지혜를 가르쳐 주었다.
모모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묻힐 정도로 큰 목소리를 가진 소녀도 아니다. 자기 의견이 옳다고 자기 생각이 맞다고 함부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모모는 아무 말이 없다. 그저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진심으로 잘 들어 주는 일밖에 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모모가 사는 마을에 모든 사람들은 고민이 생기면 모모를 찾는다. 그리고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모모를 찾으라고 이야기 해준다. 모모를 찾은 사람들은 자기의 고민을 모모 앞에서 모두 이야기를 하고 스스로 고민을 해결한 것처럼 모모에게 감사의 말을 남기고 간다.
나도 모모에게서 배운 지혜를 거울 삼아 여러 번 시도를 해 보았다.
가끔 고민을 털어오는 친구에게, 군대에서 야근 근무를 서면서 자기의 고민을 어렵게 털어놓는 후임병에게.
내가 해결책을 제시할 만한 문제도 아니였고 어쩌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나에게 그들은 이야기 하기 시작했고, 가끔 고개만 끄덕여 줄뿐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들이 하는 말을 끝까지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모모의 흉내를 낸 나 때문에 그들의 고민이 해결이 되었는지 해결되지 않았는지는 모를 일이다.
어느 자리에서건 말을 잘 하는 사람, 목소리가 큰 사람은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말을 한쪽에서 듣고 있는 사람은 잘 들어 준다고 칭찬을 받는 게 아니라 왜 말이 없는냐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통신 수단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고, 우리가 소통 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소통은 이루어 지지 않고 항상 답답할 뿐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누구 하나 자기의 작은 목소리를 진심으로 들어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은 찾기가 어렵고 아는 것 많은 사람들의 주장, 목소리 큰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도 많다. 때문에 가끔 목소리 큰 사람들의 이야기에 혹하기도 하고, 거짓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 이야기에 속기도 한다.
한동안은 그런 사람들을 싫어했고 나도 모모처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던 때도 있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내가 하는 일은 회사의 홍보를 맡은 일이었고 나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기회보다 내 이야기를 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내가 이야기 하는 기회가 점점 늘어 갈수록 나는 내가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고, 내 이야기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도록 거짓된 장치도 이야기 속에 숨겨 두었다. 내 주장을 펴는 동안에도 주장을 뒷받침 하는 근거를 제시하기 보다는 듣는 사람을 현혹하는 기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이야기만 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은 내가 내는 목소리 때문에 들리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내 목소리만 내다가 나는 서서히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너무 허공에다가 메아리 없는 소리만 지르느라 힘을 뺀 것이었다.
친구와 우연히 간 서점에서 친구에게 모모라는 책을 선물하고 나는 다시 네 번째로 모모를 만나기 시작했다. 모모는 나에게 남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는 법을 다시 가르쳐 줄 것이기 때문에 나는 다시 모모를 찾는다.
모모는 철부지 모모는 무지개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로 시작하는 김만준의 모모라는 곡에 나오는 주인공은 '로맹가리'의 소설 '자기 앞의 생'에 나오는 모모이다.
오마이 뉴스기사중 '모모에 대한 오해'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