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성, <마음>

코딱지 2003. 10. 13. 11:37

1. 소나무의 가르침
소나무처럼 사시사철 푸르른 것이 있습니다
하늘입니다
하늘은 언제나 푸른데
그 아래 먹구름이 지나가고 눈이 내려 흐릴 뿐입니다

마음도 그렇습니다
푸르른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우리 스스로 안개를 피우고 구름을 만들고
천둥을 치게 하고 폭우를 내리게 합니다.

소나무 숲에 들어서니
소나무들이 손가락으로 가리켜
푸르른 하늘이 마음이라고 일러줍니다.

2. 마음이란
마음이란 참 이상한 것이지요
나는 여기 있는데 천 리 밖을 나돌아다니지요
나는 가만히 있는데 극락도 만들고 지옥도 만들지요
장마철도 아닌데 흐려졌다 맑아졌다
부뚜막고 아닌데 뜨거워졌다 차가워졌다
온도계도 아닌데 높아졌다 낮아졌다
고무줄도 아닌데 팽팽해졌다 늘어졌다
몸은 하나인데 염주알처럼 많기도 하지요
소를 몰듯 내몸을 가만 놔두지 않게 채찍질하다가도
돼지를 보듯 내 몸을 살찌우게 하지요
마음 문을 열면 온 세상 다 받아들이다가도
마음 문을 닫으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 없지요

지혜로운 연꽃님 '마음이란 이것이다' 한 말씀만 해 주세요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네요
어서 물동아리를 깨고 하산하세요

*출처: 원성, <마음>
Posted by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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