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에 도착해서 집으로 가는 길 중간에 내가 어릴적 다니던 초등학교가
있다. 학교 다닐 때만 해도 내가 넘기 힘든 높이의 담이 있었던것 같은데
지금은 담 대신에 돌무지 비슷한 것들이 운동장과 길 사이에 놓여 있다.

그 사이로 보이는 작은 운동장, 남학생들에게는 용기의 테스트 장이 되었던
3단 구름다리의 높이는 누가 와서 줄여 놓고 갔을까?
그리고 왜 거기에 있었는지 모를 녹색 낙타 상이 지금은 황금빛 색을 하고 있었다.

그때의 그 학교를 함께 다니던 친구 녀석이 결혼이라는 일생의 중요한 일을 치룬단다.
시간이 그렇게나 많이 흘렀나 보다. 시간은 그렇다.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 나는 또 시간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야 했다.
예매한 기차표를 찾으로 들렀다가, 시간을 잘못 알고 조금 늦게 도착한 탓으로 이미 기차는
출발했다는 친절한 안내를 듣는다.

다음 기차까지는 한시간 반정도. 이제 부터 예정되지 않은 한 시간 반을
지루하지 않게 버려야 하는 일이 생겼다. 역시나 대합실 안에 tv앞에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tv에서는 주말 시간대에 방송되는 쇼 프로그램이 하고 있었고,
그들만의 놀이에 잠깐 정신을 놓았을 때 시간은 30분 정도가 지났다.

앞으로 한 시간

늘 상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역 대합실은 여러가지 소리로 시끄럽다.
취기가 많이 오른 한 사람은 옷을 다 벗고,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혹시 눈이라도 마주쳐서 괜히 그 불만이 나에게 터져 나올까 싶어 다시 tv로 눈을 돌렸다.
이제 tv에서는 드라마를 하고 있었다.

무슨 사연인지도 모를 드라마를 보고 있자 하니 안내 방송은 지루한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음을 알려 주었다. 지루한 한 시간 반이 빠르게 지나간것 같아서 좋아할 때 쯤
내 손에는 조금 이라도 더 빠르게 가 볼까하고 산 ktx기차표가 있었다.

그리고 어제 밤에는 집에서 '카르페 디엠' ' 카르페 디엠'하고 외치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다시 보면서 잠에 들었었다. 나에게 어떤 때는 시간이 없지만 어느 때는 시간이 너무 많다.
Posted by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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