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군대에 입대한 남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입소할 때 얼굴도 제대로 못봐서 미안한 마음이 한 쪽에 있었는데, 전화기 멀리서 있는 그 친구의 모습을 생각하니 내가 예전에 처음 집으로 전화를 걸 때에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녀석이 책을 좀 보내달라고 하길래, 다시 한 번 물었다. "책?"
불편한 진실이기는 하지만 이등병의 계급을 가지고 손에 책을 들고 있을 수 있었던가?

책을 몇 권 보내주겠다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고는,인터넷 서점에서 몇 권 골라서 배송까지 쉽게 해결하려고 했다. 특별히 읽고 싶은 책을 정해준것도 아니였기 때문에 온전히 나에게 믿음을 준 것이겠지?

집으로 돌아와서 책장에 아무렇게 세워져 있는 책들중에서 몇 권을 골라본다. 군인이라는 상황적 정보도 생각해 보고 평소 그 녀석의 관심사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지금 이 시기에 읽은 책 한 권이, 몇 줄의 글이 친구의 나중을 책임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선택에 무게가 실린다. 몇 권의 책을 고르고 보니 또 한편 걸리는것이 그 온당치도 않은 리스트에 속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불편하다.

오늘 다시 녀석에게 전화가 왔고, 추석 즈음해서 백일 휴가를 나올것이라는 소식을 전했고, 전에 보내줬던 책 중에서 법정 스님의 책은 힘들었다고 말했다. 법정스님의 책 두권은 배려를 하는 마음에 추가를 한 것이였는데...

오늘 또 동생 녀석에게 보낼 책을 고르고 있다.
Posted by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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