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터뷰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미국에서 개봉하기 전에 있었던 인터뷰 이며,
지난 7월 샌프란시스코에 제가 soompi.com 의 일원으로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영문 인터뷰 내용은 soompi.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보기 :  Soompi's Interview With Park Chan-Wook By: TeamSOOMPI

Ejang :

한국에서 감독님 영화에 대한 평가가 관람객들 사이에서 극과극을 달렸고,
평론가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인것 같다.

영화를 잘못 이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박쥐'는 이런 영화이고
이런 부분에 집중해서 봐줬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이 있다면..


Park :

포스트터라든가, 예고편을 통해서 영화에 분위기를 미리 좀 짐잘 할 수 있잖아요?
그런것에 비해서 이 영화는 상당히 유머가 많은 영화다. 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특히 송강호씨가 맡은 역할이, 하는 행동이라는 것이 아주 진지한데,
자신은 굉장히 절실한 감정으로 말하고 행동하는데, 그것이 객관적인 눈으로 볼 때는
아주 한심하거나, 우스꽝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문제가 참 중요한 건데 왜냐하면,
이 영화를 보면서 웃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이 영화를 보러왔느냐가 갈려지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이 영화를 재미없다고 보는 분들은 먼가 굉장히 무섭거나 로맨틱하거나 그런 종류의 뱀파이어
장르 영화를 기대하고 오는 분들입니다.
그런 선입견들을 없애고, 그냥 백지상태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면 유머에도 많이 반응할 수 있고
영화를 잘 따라 올 수도 있는것 같다.

Ejang :

감독님 말씀하시는 것처럼 기존의 뱀파이어와 다르고, 블랙코메디인것을 강조하셨는데,
박찬욱 감독님은 흡혈귀에 어떤 의미를 두고 영화를 만드셨는지

Park :

그냥 흡혈귀만 가지고 말을 하기 보다는 신부가 흡혈귀가 됐다.라는 점을 그것과 결부시켜서
생각을 해야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신부는 늘 미사중에 포도주를 마시는데 그 포도주는 예수가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 흘린
피를 상징하는 건데 그걸 마시면서 늘 타인을 구원하기 위해서 흘린  예수의 죽음을
늘 묵상해야 하는 것이 신부의 직업인데 그런 신부가 반대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남의 피를 마셔야 한다는 그런 위치로 바뀌는것

거기서 오는 이사람의 어떤 일종의 직업적인 고통이라고 할 수 있겠죠.
보통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뱀파이어가 된것 보다 신부가 뱀파이어가 된 것이
더 큰 고통이 될 수 있겠죠?

Ejang :

그래서, 보통의 뱀파이어들이 가지고 있는 클리셰들 마늘을 싫어한다거나, 십자가를 싫어한다거나 하는
것들이 있는데 일부러 그런것들은 제거를 하신건지..

Park :

여기서 뱀파이어에 대해서 제가 시도한 접근은 뱀파이어리즘 또는 뱀파이어에 대해서 덕지덕지  
붙 어 있었던 여러가지 클리셰들을 빼버리고 ,가장 순수하게 뱀파이어를 규정할 수 있는 피를 마셔야 살 수 있다. 낮에는 활동할 수 없다. 감각이 아주 발달해서 예민해 진다. 이런 몇 가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없앴습니다. 그랬을 때 좀 더 뱀파이어에 대한 아이덴티티에 대해서 선명하게 들어날 수 있을것 같고, 거기에 대한 신비주의를 벗겨버리고 나면 뱀파이어가 영적인 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생물학적인 현상으로,
그냥 무슨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그렇게 감염되서 걸린 질병
뱀파이어가 하나의 환자이라는 것 그런식으로 접근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리얼리스틱한 뱀파이어라고 할까요?

Ejang :

영화에 이해를 돕기 위해서 설명이 필요한 것들이 있는데, 보드카 라든가 마작이라든가 이곳분들이 이해하기 힘든 트로트라든가, 올드보이에 장도리 같은 가위가 입안을 왔다 갔다 한다든가..등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것 같다.

Park :

나는 그 외국인들이 트로트에 대해서.. 물론 처음 들어 보는 음악이겠죠.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았던 것이 일단 음악 자체가 누가 들어도 이상하고 그리고 극중에서 태주가 그 끝없이 질질짜는 노래 뽕짝
그런 대사를 하지요. 그리고 엠피쓰리나 시디를 통해서 듣는것이 아니라 엘피를 통해서 듣는데,
그것이 통속적이고, 감상적이고 낡은 구닥다리 음악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예로 들어서 이야기 하자면 상현은 리코더로 요한 세바스찬 바하를 연주하죠,
칸타타. 신부니까 할 수 있는 선택이지요, 그런 음악을 더구나 그 음악에 가사는,
원래는 가사가 있는 노래인데, 내가 구세주를 직접 봤기 때문에 이제 죽어도 만족한다. 는 내용입니다.

영화를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신부가 선택할 수 있는 곡이죠. 그런 곡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런 트로트
엔카라고 볼 수 있죠. 이런 음악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두개의 세계를 각각 대표하고 있는 음악이죠
그런것 처럼 이 영화는 외부세계에서 내부로 전해져 들어온것 침투해 들어온것 침입해 들어온것에 대한 갈등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뱀파이어리즘, 카토릭리즘, 요한 세바스찬 바하 이런것들은 다 밖에서 들어온 것들
심지어 상현이라는 인물도 이 세명으로 이루어진 폐쇄적인 가정에 침입해 들어오는
또 상현에게 수혈된 피 그것도 외부에서 들어온것 그 밖에 바이러스에 대한 것도 나오죠. 그래서 외부에서
들어온 것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여러가지 문화적인 아이콘들이 섞여 있고 충돌하는 이야기 입니다.

Ejang :

영화에 나오는 분들이 감독님 전작에 자주 등장했던 분들이 많은데..의도적인 부분이 있는지..

Park :

잘 맞는 사람을 고른것 뿐이죠, 절반쯤 되는것 같아요, 송강호, 신하균, 오달수...

Ejang :

특히 남자 배우들이..

Park :

그렇죠 (웃음) 네.
왜냐하면 나는 여자들을 좋아하니까..여자는 항상 새로운 여자가 좋아지는거고....(웃음)

Ejang :

방금 문화적인 아이콘들이 섞여 있는 것을 이야기 해 주셨는데,
외국인들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데, 그곳에서 그려지는 캐릭터가 감정의 깊이가 깊고,
다이내믹하고, 복잡한 것 같은데 영화와 별개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Park :

글쎄요.. 저는 티브이 드라마를 보지를 않아서요.

Ejang :

한국 드라마 본 적 없으세요?

Park :

티브이가 없어요.

Ejang :

외국인들이 관심있어 하는 한국의 캐릭터들을 보면,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감정의 깊이라든가, 다양한데..드라마가 아니고 영화라 할지라도..


Park :

한국 사람들이 고생을 많이 해서 그렇지요.


Ejang :

아 고생을 많이 해서.. 그렇지 않아도 영화를 보고 나와서 '한'을 영어로 뭐라고 하느냐 라고 물었는데,


Park :

그것은 번역이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Ejang :

그렇다면 감독님이 '한'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라면..
감독님의 영화는 한을 많이 담고 있는 영화인가?

Park :

저는 그 단어를 쓰는 것을 싫어해요.
오랫동안 한국문화나 한국인의 정서를 규정하는 키워드라고 많이들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렇지만 그것은 너무나 소극적이랄까? 너무 피해의식이 많이 들어있는 뉘앙스 인것 같고
좀 옛날 이야기 같아요.

이제는 그냥 원한 슬픔 분노 이런 다른 일반적인 감정으로 표현해도 될 것 같다.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그런 정서로서의 한. 뭔가 구체적으로 규정하기도 힘들고, 누구에게도
설명하기도 힘든 그런 단어는 더 이상.. 그렇게 쓰고 싶은 사람은 쓰고 싶겠지만 나는 그러고
싶진 않구요..

그래서 나는 내 영화에서  인물들이 가진 독특한 정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Ejang :

가장 좋아하시는 반찬은?

Park :

반찬이어야 하나요?

Ejang :

보아는 두부라고 했습니다.

Park :

저는 엽기적인건데 홍어, 삭힌 홍어를  좋아합니다.

Ejang :

막걸리랑 같이 드시는거죠? 감독님은 약간 강하고.. 자극적인것들을 즐기시는지..

Park :

꼭 그렇진 않아요. 왜냐하면 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냉면입니다.

Park :

메일로 만든 평양식 냉면인데, 맛이 별로 자극이 없어요 싱거워요.
그래서 처음 먹는 사람은 이게 무슨 음식인가 하는 정도로 그래서 꼭 자극적인 것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예요

Ejang :

다른 분이 호기심에 말하던데,왜냐하면 영화가 강하고  이미지가 세고 해서
혹시 자라온 성장기에 어떤 영향이 있지 않았을까?

Park :

트라우마(웃음) 전혀 없어요.
저는 반대예요 저는 평범하게 자라왔어요. 부자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어요. 성장 환경에는 너무나 지루할 정도로 평범한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영화감독 같이 변화가 많고 어려운 직업에 종사하리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고,
그냥 감독이 된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바닥과 최고를 왔다 갔다 할 정도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 줄은
몰랐다.

내 개인에 인생이 너무 지루하기 때문에 영화가 그렇게 된 것 같다.
너무 심심하니까 상상이 그렇게 거칠어지고,그런 세계로 계속 가는것 같다.


감정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남 앞에서..
누가 나한테 모욕을 줘도 화를 잘 못내고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싸워 본적이 없다. 속으로만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다가 혼자 자기 전에 그런
상상을 한다.  나를 모욕준 사람들을 잡아다가 납치해서 고문을 하는...(웃음)

Ejang :

인터뷰를 보니까 나중에는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셨는데, 영화에 강한 이미지와 다르게 사진작가가
되셨을 때는 어떤 피사체를...

Park :

제가 찍은 것들은 풍경 사진을... 대단히 평화로운..

Ejang :

영화와는 또 다른..


Ejang :

젊은 영화 관객들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 이나, 감독으로써 궁금한 점. 관객들에게..


Park :

전세계 일반 모든 관객들에게 갖고 있는 의문이 있는데..

소설은 톨스토이도 읽고 하는데  왜 영화는 꼭 새 영화들만 보는지 지나간 영화들은..
물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적잖아요.

왜냐하면 시련을 이겨낸 영화일 수록 좋은 영화일 가능성이 높은데, 왜 확률이 낮은
새로 나온 영화일 수록 좋은 영화를 만날 확률이 낮은데
왜 거기에 시간을 투자하는지 그게 궁금해요.
Posted by 이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