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人, 841의 휴가!
벌써, 제대한 지도 10여 년이 지났다.
결혼해서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버렸다.
돌이켜보면,
군 생활은 내 젊은 날의 ‘선택하지 않은 휴가’였다.
데모하다 잡혀온 운동권 청년, 가수, 디제이, 나이트클럽 웨이터, 남자 간호사, 학생, 일용직 노동자, 농사꾼, 행동대원…. 뒤섞여 한 이불에서 자고, 한솥밥을 먹고, 같은 옷을 입고, 비슷한 고민을 하며 같은 시간을 사(士-事-死)는 사람들이 그 시절 내 옆에는 있었다. 그들이 있어, 여자친구와의 가슴 아픈 이별, 처음으로 느껴본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낯선 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자유에 대한 목마름, 계급조직의 비열함 따위를 견딜 수 있었다.
선택하지 않은 길과 능동적일 수 없는 삶에도 저 마다의 젊은 꿈을 나눈 친구들…
사진 속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 늘 아쉬움과 그리움의 늪이다.
7년간의 예비군 훈련을 거쳐 마침내 사복을 입게 됐을 때(민방위소집교육을 받게 됐을 때)의 기쁨이 꽤나 크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군인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기를 누구보다 강하게 희망 한다.
사진가 이규철
그녀에게 편지가 왔습니다.
새로운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이별 통지서였습니다.
이제 1년만 더 기다리면 제대인데 어떻게 이럴수가…
그녀만이 이 힘든 군대생활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는데 어떻게...어떻게 이럴수가…
당장 그녀에게 뛰어가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애꿎은 담배만 물고 멍하니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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